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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s 정보/ 휘트니스 정보

초등생 자녀 둔 아줌마 2인방, 보디휘트니스 대구선발대회 도전기

눈물로 가꾼 명품 몸매 "출산으로 일흔 자신감

되찾았죠"

 
20일 대구보건대학교 인당홀. 2012 미스터&미즈, 보디휘트니스 대구선발대회. 130여 명의 참가자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멋진 근육과 아름다운 몸매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드러내자 사람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그중 관중의 시선을 유독 끌어당긴 두 명의 참가자가 있었다. 보디휘트니스 부문에 출전해 20대의 젊음과 겨루기에 나선 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줌마 주은혜(37)`성경하(35) 씨. 보디휘트니스는 적절하게 발달한 근육, 균형 잡힌 몸매 등 몸 전반의 실루엣뿐 아니라 표정 등 인체가 빚어낼 수 있는 하나의 완성된 아름다움, 건강미를 뽐내는 종목이다. 이날 사회자의 소개가 없었다면 20대의 틈바구니에 낀 두 명의 아줌마 참가자를 구별해내는 건 불가능했다.

대회를 마친 이틀 뒤(22일), 한 헬스클럽에서 그들을 만났다. 대회 때의 긴장감에서 벗어난 두 아줌마가 쏟아낸 대회 도전기에는 고통스러운 장면들이 포개지고 또 포개져 있었다.

◆두 사람의 도전기

▷주은혜 씨와 성경하 씨

초등학교 2학년과 4학년 두 아들을 둔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직업여성인 주은혜 씨는 나이 서른 때 가진 보디빌더의 꿈을 실현하고자 이번 대회 신청서에 이름을 써 넣었다. "더 미뤘다간 시도조차 못할 것 같아 과감히 도전하게 됐어요."

서울에서 살던 그녀, 지난해 대구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보디빌더의 꿈을 향해 걸음을 뗄 수 있었다. 친구 하나 없는 낯선 땅 대구에서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과 학교로 가고 나면 혼자가 돼 버리는 그녀는 직장을 구해 일하게 됐지만, 허전함을 모두 채워주지 못했다. 그래서 미뤄놨던 꿈을 향해 운동을 시작했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갖고 싶었던 그녀는 지난해 5월 헬스장을 노크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성경하 씨. 생활체육지도자(보디빌딩)`라이프가드 자격증을 소지하고, 2008년부터는 전문적인 헬스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지만 대회 참가는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고객들에게 올바르고 효과적인 운동법을 지도하는 일이 주업이지만 정작 자신의 몸을 가꾸는 데 투자할 시간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은 트레이너를 하니 대회 준비를 하는 데 유리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어요. 더 늦기 전에 아름답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번 대회 출전을 그 기회로 삼았죠."

▷눈물겨운 노력-본인의 노력과 가족의 협조가 필수

대회 무대에 오른 그녀들. 한눈에 봐도 명품 몸매를 자랑했지만, 타고난 것보다는 노력이 컸다. 주 씨는 아이를 가졌을 때 몸무게가 82㎏에 이르렀다. 출산 후에도 몸은 아가씨 시절로 돌아가지 않았다. 등산을 하고, 한강을 걸으며 살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몸 구석구석에 자리를 튼 지방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성 씨 역시 임신과 출산으로 한때 몸이 망가졌다. 임신 때 25㎏까지 불었던 몸무게는 출산 후에도 빠질 줄 몰랐고,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결혼(25세)을 일찍 했어요. 임신과 출산으로 아줌마가 된 저와 달리 친구들은 젊음을 만끽하며 예쁘게 지내더라고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그녀. 운동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운동은 적성에 맞았다. 생활체육자격증 등 각종 운동 관련 자격증을 어렵지 않게 땄고, 전문적 지식을 쌓고자 다시 대학(계명대 사회체육학과)에 들어가는 기회를 열어줬다. 지금은 아쿠아로빅 강사와 헬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너라는 직업까지 갖게 됐다.

평소 나름대로 운동을 해온 덕분에 기본 틀은 갖췄지만, 대회를 치러내기까지는 여느 도전자처럼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적잖은 나이, 상대는 20대 아리따운 아가씨들. 아줌마들의 도전은 더욱 눈물겨웠다.

가장 힘들었던 건 먹는 것과의 싸움. 대회에 출전하려면 몸의 쓸데없는 지방을 없애야 했기에 철저한 음식조절이 필요했다. 물도 가려먹어야 할 만큼 보디빌더들의 식이요법은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 두 아줌마는 매일 고구마와 바나나, 삶은 계란 흰자를 먹으며 버텼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냄새가 정말 참기 어려웠다는 주 씨는 "하얀 쌀밥, 소금기를 머금은 반찬들을 뿌리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남편과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고는 돌아서서 혼자 고구마를 먹을 땐 눈물이 날 정돕니다. 너무 힘들어 대회 출전을 그만둘까 여러 번 고민했다"고 말했다.

빵이 매우 맛있게 보여 한 점 뜯어 입에 넣고는 몇 번 씹다가 뱉어냈다. 아이들이 먹고 남긴 과자 부스러기를 손가락으로 찍어 혀에 갖다대 보기도 했다.

성 씨라고 그 고통에서 벗어났던 건 아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일단 모두 샀어요. 눈으로 그것들을 보며 맛있겠다 생각한 뒤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는 맛이 어떠냐 물어봤죠. 그럴 땐 입안엔 침이 가득 고이죠."

그러나 그녀의 입으로 들어간 건 한 바구니의 삶은 계란 흰자였다. 보는 남편도 아이도 혀를 내둘렀다. 유혹에 빠져 식이요법을 깼다가는 일주일간의 고생이 날아가니, 방법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 준 건 역시 가족의 힘이었다. 아이들이 용기를 북돋워줬고, 남편은 외조를 자처했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우리 엄마는 식스팩이 있다고 자랑을 늘어놨다고 하더라고요. 딸은 볼 때마다 엄마 복근이 최고야라며 응원해줬어요. 열심히 운동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엄마의 모습이 보기 좋았나 봐요."

성 씨는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주말에는 남편이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성 씨는 주말부부다)"며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주 씨의 남편도 아이들 밥 차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 씨는 "먹는 것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가 음식을 접하면 더욱 힘들어할까 봐 남편은 아이들을 알아서 챙길 테니 멀찍이 떨어져 있으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대회 전에 남편이 (연애기간까지) 17년을 봐왔는데, 지금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며 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였어요. 건강하게 자신을 가꾸는 아내가 싫진 않았나 봐요"라고 말했다.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성 씨는 2위를 주 씨는 5위를 차지했다. 주 씨는 이번 대회를 치러낸 경험으로 다음에는 미즈대회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성 씨도 참가자 중 최고의 영광인 그랑프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망설이며 준비했던 대회. 하지만 두 아줌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노력의 결과를 무대에서 보여줬다.

주 씨는 "여자가 근육을 단련해 뭐하느냐, 대회출전이라니 미친 것 아니야라고 비아냥을 퍼붓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름답다, 대단하다, 나도 아름답게 몸매를 가꿀 수 있을까 물어온다"고 했다.

두 아줌마는 출산 후 자신감을 잃은 아줌마들에게 보디빌딩만 한 운동이 없다고 했다. 걷고 뛰는 유산소 운동으로 살을 뺄 수는 있지만 몸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꾸준하게 근육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몸이 건강해야 가족의 행복도, 일의 집중력도 높일 수 있죠."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두 아줌마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자의 욕망을 나이 때문에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이번 대회 출전으로 대한민국 아줌마들에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