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딜'해라
새해를 맞아 굳은 의지로 다이어트를 '그럭저럭' 우지하고 있지만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강력한 태클이 들어왔다. 온갖 기름진 산해진미로 넘쳐나는 명절 연휴. 지금 다이어터에게 필요한 건 독한 마음보다 슬기로운 조율법이다.
2014년 새해의 카운트다운을 외친 지가 어제 일 같은데 어느새 2월이다. 올해는 기필코 성공하리라 다짐한 다이어트, 지난 한 달간 굳건히 실천해 왔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우리 앞에 다가왔으니 바로 민족의 명절, 설날이다. 굳이 설이 아니어도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다이어트는 위기를 맞는다. 일단 명절이라는 이벤트 자체가 풍성한 음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각각의 명절에는 송편, 오곡밥, 떡국 같은 '시즌 메뉴'가 존재하고 여럿이 한자리에 모여 이를 나눠 먹는 전통 의례도 거쳐야 한다. 음식을 매개로 삼아 사회관계를 확인하는 뜻 깊은 자리지만 다이어터들에겐 심판의 날과 같다. 연휴 내내 사람들이 모이는 식탁을 피해 다니며 왕따로 낙인 찍힐 것인가 혹은 함께 어울리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실패한 다이어트로 전락할 것인가? 피할 수도 없지만 마냥 즐길 수도 없다.
STEP 1 일보 후퇴를 인정한다
일단 다가오는 명절 앞에선
겸허하게 일보 후퇴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특히 체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다시 원상 복귀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자. 명절 연휴를 보낸 뒤 열에 아홉은 체중이 불어난다. 이는 대부분 카보하이드레이트 로딩(Carbohydrate
Loading), 즉 탄수화물 축적으로 인해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다. 우리가 섭취한 영양분은 모두 체지방으로만 쌓이는 게 아니다. 간과 근육에
'동물성 탄수화물' 형태로 저장되기도 한다. 이 동물성 탄수화물을 '글리코겐'이라고 부르는데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이 축적되면 상당량의 수분을 함께 끌어들인다.
그래서 명절이
지나면 체중이 평소에 비해 적게는 2~3kg, 많게는 5kg 이상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명절 음식인 떡, 한과, 부침개, 식혜는 탄수화물
함량이 많아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때 늘어난 체중의 구성 성분은 수분이 대부분이라 운동을 시작하면 금방 소모된다. 그러니
연휴가 끝난 뒤 늘어난 체중계 숫자를 보고 경악하거나 한숨을 내쉬며 세상을 원망하진 말자. 자학하거나 자포자기할 시간에 곧바로 운동을 시작하고
일주일 내로 체중이 정상화되는 걸 눈으로 확인해 본다. 일보 후퇴를 인정하되 '이보 전진'의 발판으로 삼는다!
STEP 2 포만감을 극대화시킨다
명절이 낀 연휴엔 상차림이 푸짐해지고
평소보다 먹고 마시는 자리 또한 잦아진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과식'에 빠지기 쉽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식을
방지하는 안전장치. '포만감'은 왜 무용지물이 되는 걸까?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식사량이라는 게 과연 정해져 있을까? 사실 포만감은 단순히
음식의 양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식사량뿐 아니라 혈당치, 호르몬 분비량,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결정되는 복잡한 척도다. 단순히
양으로만 따지자면 위장은 굉장히 신축성이 큰 장기라 억지로 밀어넣으면 문자 그대로 '배가 터질 때까지' 음식이 들어간다. 그래서 식탁에 앉은
사람들의 식사 패턴은 실제로는 '배부를 때까지'가 아니라 '그릇을 비울 때까지'에 가깝다.
사람은 포만감을 느끼고 수저를 내려놓는
게 아니라 먹을 게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비로소 먹는 걸 멈춘다. 특히 쌀이나 국수같이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식품은 양을 재기가 더욱
어렵다. 작은 공기든 고봉밥이든 다 똑같은 '한 그릇'으로 인지하고 의식 없이 비워버리기 쉽단 얘기다. 그리고 뒤늦게 '아, 너무 많이 먹었나,
속이 더부룩하네'라고 후회하는 수순. 이런 미련한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연휴 기간에는 밥, 국, 죽, 면처럼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음식은
피한다. 같은 쌀이라도 밥보다 조각으로 나뉜 떡이 과식 예방에 좋다. 개수를 세면서 어느 정도 먹었는지 측정하기 수월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과식을 예방하는 가장 첫 번째 원칙, 천천히 먹는 것도 잊지 말 것. 다이어터로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STEP 3 먹는 순서만 바꿔도
살은 덜 찐다
자, 이번엔 오랜만에 방문한 친척 집에서 거한 상차림을 대접받았다. 이미 밥을 먹고 왔다고
극구 사양해 봤지만 소용없다. 결국 체념하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약간만 골라 먹기로 한다. 일단 식혜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면서 상황을 살핀다.
떡이나 과일 몇 조각 집어먹고 끝내려 했지만 쉽게 놓아주질 않는다. 설날이니 떡국이 빠질 수 없다며 그릇을 채워주니 예의상 반만 먹기로 한다.
이렇게 먹었더니 순 탄수화물로만 배를 채우는 것 같아 영 불안하다. 영양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단백질을 채워줄 고기산적과 반찬도 몇 점
집어먹는다. 바로 이것이 똑같은 종류, 똑같은 양의 음식을 먹고도 살이 '더' 찌는 전형적인 식사 순서다. 음식의 종류나 양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 바로 혈당조절 호르몬 '인슐린'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일단 우리가 음식을 씹어 삼키면 그 안의 영양분 때문에 혈당(Blood Sugar)이 올라간다. 그러면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인슐린의 주 임무는 영양분을 먼 미래에 쓸 수 있는 형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먼 미래에 쓸 수 있는
형태란 이름도 무시무시한 '체지방'을 말한다! 결국 인슐린이 많이 분비될수록 살이 쉽게 찐다. 정리해 보면 음식물은 혈당을 올린다. 혈당인
인슐린이 오르면 반응해서 분비된다. 인슐린이 많이 분비될수록 살찌기도 쉬워진다. 따라서 혈당을 급하게 올리는 음식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서
먹으면 쉽게 살이 찌는 것이다.
다이어트 상식 중 하나인 G.I.(Glycemic Index 당부하지수)가 이를 활용한 수치다.
음식별로 먹었을 때 혈당이 오르는 속도를 비교해 나타나는 GI 수치는 결국 인슐린 분비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인슐린 분비량을 낮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굶는 거다. 들어온 것이 없으니 저장할 것도 없다. 두 번째는 GI값이 낮은 식품을 골라서
먹는 것이다. 당분이 거의 없는 야채, 고기, 견과류가 대표적인 저GI 식품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알아볼 마지막 방법. 음식 종류별로 먹는
순서를 바꿔본다!
야채(식이섬유)→고기(단백질)→밥(녹말)→ 디저트(당분)
순서로
밥과 반찬, 거기에 국까지 한데 놓고 뒤섞어 먹는 습관에 익숙한 토종 한국인들에겐 한식을 이 같은
'코스' 스타일로 먹는 방법이 조금 어색할 거다. 하지만 여기에 명절 다이어트의 비결이 숨겨져 있다. 뱃속에 식이섬유, 단백질, 탄수화물(당분)
순서로 차곡차곡 층을 쌓는다는 기분으로 식사하자. 이 순서는 GI값이 낮은 음식의 순서, 즉 먹었을 때 혈당을 천천히, 조금씩 올리는 음식의
순서다. 인슐린 분비를 순차적으로 최소화시켜 같은 종류, 같은 분량의 음식을 먹어도 살이 덜 찌게 해 주는 다이어터들의 안전벨트 같은
장치다.
가장 먼저 먹어야 하는 건 야채다. 야채는 당분이 거의 없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당증가 폭이 가장 적고 따라서 인슐린도
조금 분비시킨다. 거기에 더불어 다른 음식의 혈당증가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까지 있다. 비밀은 풍성한 식이섬유 함량. 사람의 소화기관은
식이섬유는 온전히 소화시킬 수 없다. 따라서 뱃속에 들어간 식이섬유는 배출될 때까지 다른 음식물과 내장 사이에 끼어들어 차단 장벽처럼 소화
흡수를 방해한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기 앞서 미리 식이섬유를 이용해 위장 속에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거다! 명절 음식 중에선 차례상에 오르는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같은 삼색 나물이 적격이다. 마치 레스토랑에서 샐러드부터 먹듯 꼭꼭 씹어 먹는다.
다음 순서는 육류다.
단백질이 주성분인 고기는 당분이 없기 때문에 식사량에 비해 인슐린 분비가 적게 일어난다. 차례상에는 육적이나 어적, 포와 같은 고기 반찬이
풍부하다. 야채 다음 순서로 이들 고기 반찬을 먹자. 특히 단백질은 탄수화물에 비해 무게당 포만감이 크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이미 배부르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다. 위의 식사 순서를 준수하면 Step 2와 같은 과식 예방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
건 기본이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탄수화물을 먹는다. 반찬 없이 맨밥만 먹을 순 없기 때문에 떡국으로 대신한다. 쌀, 밀, 보리
같은 곡물은 탄수화물 덩어리로 섭취와 함께 급격한 혈당 증가가 일어난다. 항상 밥술부터 뜨고 보자는 식사 습관은 사실 다이어트와는 상극인 셈.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저트 시간이다. '설탕'이 들어간 단 음식, 수정과나 식혜 같은 주전부리들을 조금만 먹을 것.
위기에서 기회로…
한국인의 진정한 새해는 설날부터라고들 말한다. 작심삼일로 끝난
1월 1일의 결심을 안고 다시 한 번 새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다가오는 민족의 대명절, 새로운 기회로 만들 것인가, 자포자기할
텐가? 명절 폭식을 걱정하며 벌써부터 떨고 있는 다이어터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이번 연휴를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도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모두
당신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달리다 넘어졌을 때 중요한 건 제자리에 앉아 우는 게 아니라 다시 털고 일어나는 의지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설날 다이어터를 위한 생존 팁
단음식일수록 가장 마지막에 먹는다. 절대적으로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단맛이 강할수록 당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고 이는 인슐린을 많이,
빠르게 분비시킨다. 한 글자로 된 음식을 피한다 밥, 빵, 면, 떡! 이들은 탄수화물이 농축된 혈당 폭탄이라고 생각하자. 같은 음식도 조리법에
따라 GI가 변할 수 있다 GI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재료나 영양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고구마를 예를 들면 날것 < 삶은 것 < 구운
것 < 설탕 바르고 지지고 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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